안산시 경일초등학교에는 조금 특별한 수업이 있다. 매주 화요일이면 4학년 학생들과 몇몇 학부모와 함께 학교 옆에 있는 노적봉이라는 산에 오른다.
노적봉은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해발 143m의 작은 산으로, 인공폭포와 미술관, 청소년수련관 및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4학년을 대상으로 숲속 체험과 생태 안내를 하는 경일초 학부모들은 학교 내 지역사회 학부모회 ‘자연과 나눔’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자연과 나눔 학부모들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경일초에서는 10년 전부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생태 안내자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생태 안내자 교육을 받은 학부모들은 4학년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학교와 유치원,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숲속체험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태 안내를 하고 있다.
노적봉 꽃지도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올해로 10기를 맞은 ‘자연과 나눔’ 회원들은 노적봉 생태 지도를 만들고 학생들을 위한 활동집도 펴냈으며 자연물과 재활용으로 다양한 수업자료를 만드는 등 어린이들이 도시에서도 자연을 느끼고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연과 나눔의 생태수업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현대 대다수 어린이들은 도시에서는 마땅히 뛰어놀 곳이 없고 학원이나 집안에서만 머물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매체로 노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매체를 통한 놀이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차단하고, 함께 어울려 노는 방법도 습득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풀과 꽃과 나무의 냄새도 맡고 만져 보고 곤충도 찾아보고 새들의 소리도 들으며 자연을 느끼고 숲의 생명들과 교감하고 즐거워하다 보면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소중함을 깨닫고, 남을 배려하는 법도 알게 된다.
자연물로 만든 다양한 작품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실제로 자연환경에서 성장한 어린이들이 감성적이고 감정 조절이 잘 되며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고 한다.
숲에서 즐기는 자연놀이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노적봉 숲에서의 수업은 계절마다 변하는 숲의 모습을 관찰하고 풀과 꽃, 나뭇잎 등으로 어울려 놀 수 있는 자연놀이로 이뤄진다. 풀피리 불기, 아까시 줄기로 파마하기, 나뭇잎 부엉이 만들기, 질경이 제기차기, 손수건 풀물 들이기 등 많은 놀이들이 있다.
아까시 파마하기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쌀쌀한 늦가을에도 참여 학생들은 추위도 잊고 숲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하였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친구들과의 나쁜 기억도 숲에서 신나게 놀면서 잊을 수 있다.
숲속 체험을 하는 경일초 4학년 학생들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요즘 학교 안에 숲을 만드는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까이에 숲이 없다면 학교 안에 자연에 가까운 숲을 만들어 학교, 학생, 학부모가 함께 가꾸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정을 나누고 푸른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적봉 숲속학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많은 학교들에서 경일초등학교처럼 숲속 체험과 생태 수업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며 숲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어린이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